MyBidWise가 처음부터 나라장터였던 건 아닙니다.
"1인 기업도 백만 달러를 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밑에 깔고, 그 전에 이것저것 만들어봤어요. 사촌동생의 에스프레소 머신 사업에 붙일 BI 대시보드를 만들어 실제 매출·거래처 데이터를 얹어봤고, 병원 마케팅을 한다고 도구를 만들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몇 개 만들고 나니 두 가지가 분명해지더군요. 만드는 것 자체는 이제 누구나 할 수 있을 만큼 쉬워졌다는 것. 그리고 승부는 무엇을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어디서 돈을 벌 수 있느냐에서 난다는 것.
그래서 고민의 방향을 바꿨습니다.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 안에서 뭘 할 수 있을까. 답은 단순했어요. 돈을 가장 많이 갖고 있고 그 돈을 시장에 뿌려주는 곳. 정부였습니다. 돈 있는 곳에 먼저 들어가서 서비스를 해주는 게 제일 쉽지 않겠나. 그 생각이 MyBidWise가 됐습니다.
나라장터에는 매일 수백 건의 공고가 올라옵니다. 그걸 사람이 매일 아침 검색창에 같은 키워드를 넣어가며 뒤지고 있더라고요. 내 업종, 내 지역 공고만 골라서 알려주면 되지 않나. 2025년 9월 28일에 첫 커밋을 올렸습니다.
공고는 조달청 G2B 공공데이터 API로 받아옵니다. 처음엔 "API가 있으니 붙이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붙이고 나서가 시작이었어요. 수집기는 매일 돌아야 하고 매일 돌면 매일 깨질 수 있습니다. 올해 8월엔 조달청이 기본 응답 형식을 XML에서 JSON으로 바꿔서 수집기가 멈췄고 원인을 찾아 형식을 강제 지정하는 걸로 살려냈습니다. 정부 데이터로 서비스를 만든다는 게 뭔지 그때 알았습니다. 상대가 형식을 바꾸면 그 변경을 내가 제일 먼저 몸으로 발견하게 된다는 것.
돈 받는 게 제일 오래 걸렸습니다. 처음엔 Stripe로 임베디드 체크아웃까지 다 만들었어요. 다크모드 대응까지 해놓고 이틀 만에 걷어냈습니다. 한국 사업자는 Stripe 라이브 결제를 열 수 없다는 걸 다 만들고 나서야 알았거든요. 그래서 한국에서도 판매자 등록이 되고 국가별 세금 처리까지 대신해주는 Paddle로 갈아탔습니다. 약관·환불정책 페이지부터 다시 쓰고 환불 기간도 Paddle 소비자 약관에 맞춰 14일로 고쳤습니다.
그렇게 결제를 열어놨는데, 첫 유료 결제가 들어온 날 시스템은 그걸 놓쳤습니다. 웹훅 서명 검증이 실패해서 결제가 DB에 반영되지 않았던 겁니다. 첫 고객은 결국 손으로 등록해 드렸어요.
첫 매출을 자동화 시스템이 아니라 수작업으로 처리했다는 게, 지금 생각해도 웃기고 아픕니다.
알림 서비스니까 이메일이 생명인데, 이메일도 세 번 이사했습니다. SendGrid는 무료 크레딧이 소진됐고, Gmail SMTP는 차단당했고, 지금은 Resend에 정착했습니다. 그 사이 일일 다이제스트가 조용히 멈춰 있었다는 걸 뒤늦게 발견해서 올해 7월에야 복구했어요. 사용자가 안 온 게 아니었습니다. 그냥 내가 안 보내고 있었던 거죠.
만들어놓고 기다리면 아무도 안 옵니다. 그래서 붙이기 시작했어요. Search Console로 검색 유입을 들여다봤습니다. Microsoft Clarity로는 결제 퍼널에서 사람들이 어디서 떠나는지 봤고요. 블로그를 열어 입찰 가이드 글을 쌓고 인스타그램용 카드뉴스도 만들었습니다. 최근엔 그날의 이슈 키워드를 수집해서 입찰·조달 이야기로 연결하는 카드뉴스·릴스를 매일 아침 자동 생성하는 파이프라인까지 만들었습니다. 개발보다 이쪽이 더 많은 도구를 쓰게 되더라고요.
- Claude Code
- 개발 전반 · 월 구독
- DigitalOcean
- 드롭릿(2vCPU/4GB) 서버 · 월 24달러
- Supabase
- DB/인증 · 무료 티어에서 시작
- Paddle
- 결제 · 건당 5% + 0.5달러 (Stripe에서 전환)
- Resend
- 이메일 · 무료 티어에서 시작 (SendGrid→Gmail→Resend)
- Search Console / Clarity
- 검색 유입 · 퍼널 분석 · 무료
여기까지 읽으면 눈치채셨겠지만 이걸 혼자 다 하기엔 역할이 너무 많습니다. 데이터 수집, 결제, 이메일, 블로그, SNS, 그리고 본업. 그래서 역할마다 AI 담당자를 두기 시작했습니다. 디스코드에 채널을 파고 채널마다 다른 페르소나의 Claude를 앉혔어요. 입찰 담당, 마케팅 담당, 코드 담당, 법무 검색 담당. 어느 순간 그게 조직도 모양이 됐고 저는 그걸 Y타워라고 부릅니다. MyBidWise에 필요한 걸 하나씩 넣다 보니, 1인 회사가 어느새 1인+AI 조직이 돼 있더군요.
필요한 걸 하나씩 넣다 보니, 회사가 생겼습니다.
지금 성적표입니다. 알림 구독자는 이제 수백 명입니다. 작년 11월 24명으로 시작해 5월에 83명, 6월에 129명, 7월 말에 182명. 최근 두 달 사이에만 99명이 늘었어요. 계정을 만든 회원은 104명이고, 유료 고객은 1명입니다. 11개월 동안 수집기·결제·이메일·앱(App Store와 Play에 BidWise 앱도 올렸습니다)까지 만들었는데, 매출은 아직 저 숫자입니다. 기능을 하나 더 붙일까, 먼저 팔러 나갈까. 이 갈림길에서 여전히 흔들립니다.
숫자 밖의 성적표도 있습니다. 기능 하나하나를 고도화하면서 개발 역량이 늘었고, 고객이 어떤 사람들인지, 회사라는 게 어떻게 굴러가는지도 같이 알게 됐어요. 실제 고객과 부딪히면서 매출 한 건이 나오기까지가 얼마나 어려운지 몸으로 느꼈고 그 끝에 결제 시스템 하나를 완성해봤습니다. 홍보, 광고, 마케팅까지 기업이 해야 하는 일을 한 바퀴 다 돌아본 셈이에요. 지금은 그걸 하나씩 강화해 나가는 중입니다.
다만 돌아보면 11개월 내내 한 일은 한 가지였습니다. 수집기가 멈추면 원인을 찾아 살리고, 결제는 Stripe에서 Paddle로, 메일은 세 번 갈아타고, 구독자 24명이 수백 명이 되는 걸 숫자로 다시 확인하는 것.
교훈을 정리해서 말씀드리고 싶지만 아직 잘 모르겠어요. 확실한 건 하나입니다. 다음 호까지 기능 대신 사람을 먼저 만나보려고 합니다. 결과는 그때 말씀드릴게요.
이 글에 나온 그 서비스는 여기 있습니다. mybidwise.com · 나라장터 공고, 내 조건만 골라 알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