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라는 곳이 원래 그렇습니다. 사업부에서, 대관에서, 품질에서 요구사항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보직자들은 그 요구를 맞추느라 역량을 쏟습니다.
정작 실질적인 기술 개발은 뒤로 밀리기 쉽죠. 제가 속한 팀도 딱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미 양산되거나 개발 중인 부품을 조합해, 선행개발된 기술을 양산화로 끌고 가는 조직이에요. 실무를 도는 사람은 셋, 나머지 둘은 대외 커뮤니케이션에 허덕입니다. 한 사람이 시장 모니터링부터 설계 서류, 사양서 배포, 인증까지 여러 역할을 겹쳐 맡고 있어요. 불만이 높은 게 당연합니다. 저는 오래, AI를 그저 검색해주고 문장을 고쳐주는 도구로만 썼습니다. 그런데 생각을 바꿨어요. AI가 도구가 아니라 연구원의 손발이 되는 에이전트라면 어떨까, 하고요.
- 사내 AI API
- 정기·반복 업무 자동화 · 사내 무상 제공
- 모델
- 구버전 고정 · 최신판 미제공(비용 정책) · 제약 감수
- 반출
- 외부 전송 제한 · 사내망 안에서만 · 보안 우선
무엇부터 손댈지가 관건이었습니다. 저는 세 조건이 겹치는 일부터 골랐어요. 정기적으로 돌아오고, 귀찮고 오래 걸리는데, 중요도는 낮은 일. 그런 업무가 프로세스 곳곳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선행개발 단계의 시장 현황·경쟁사 동향·산업 뉴스 모니터링, 설계 프로그램을 돌리며 따라붙는 서류 작업, 제품 사양서 작성과 배포, 대외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제품 인증까지. 회사에는 데이터 다루는 부서를 중심으로 AI 사용 예시가 꽤 퍼져 있었지만, 선행개발부터 양산개발까지 전 과정을 관통하는 예시는 없었습니다. 그 빈자리를 우리가 채워보기로 했어요.
검색해주는 도구가 아니라, 소수의 연구원이 잃어버린 개발 시간을 되찾아주는 손발.
인프라부터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정보보안을 중시하는 회사라 외부로 데이터를 보내는 데 한계가 있고, 비용 탓에 최신 모델도 아니에요. 그래도 사내에서 API를 열어준 것에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손에 쥔 것으로 시작하는 게 이 노트의 방식이니까요. 솔직히 아직 결과를 말할 단계는 아닙니다. 이제 막 첫 업무들을 자동화 대상 위에 올려놓은 참이에요. 소수 인원이 요구사항의 홍수 속에서 어떻게 개발 시간을 되찾을지, 전 과정에 AI를 어떻게 하나씩 심어갈지는 앞으로 몇 호에 걸쳐 풀어보려 합니다. 잘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다시 말씀드릴게요.
